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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 이재명에 “인요한 적십자회장 인준 말라” 건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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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는 때로 40년 우정보다 힘이 세다. 인요한 전 국민의힘 의원이 대한적십자사 회장으로 선출된 지 두 달, 국회 윤리 심사까지 통과해 대통령 재가 하나만 남아 있던 자리에 제동이 걸렸다. 그것도 다른 누구도 아닌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입에서다. 26일 청와대 만찬 자리에서 김민석은 이재명에게 “인요한 회장 인준을 하지 않는 게 좋겠다”고 직접 건의했다. 두 사람은 1985년 서울 미국문화원 점거농성 사건을 함께 겪은 40년 지기로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정치적 유불리 앞에서 개인적 인연은 순식간에 뒷전으로 밀렸다. 여당 대표가 대통령의 인사권에 사실상 개입해 야당 출신 인사를 걸러낸 이 장면은, 이재명 정권이 인사를 어떤 잣대로 다루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김민석의 인사 개입, 무엇이 어떻게 움직였나

인요한은 지난 6월 대한적십자사 이사회에서 신임 회장으로 선출됐다. 통상 절차대로라면 국회 윤리 심사를 거쳐 대통령 재가로 마무리되는 수순이었고, 실제로 이달 24일 국회 윤리 심사까지 무난히 통과했다. 임명권자인 이재명의 서명 하나만 남은 상태였던 셈이다. 그런데 바로 이 시점에 여당 대표가 직접 나섰다. 박성준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김민석 대표가 당내외 의견을 수렴한 결과 인요한 회장 인준을 하지 않는 게 좋겠다고 대통령에게 말했다”고 확인했다. 다만 “이재명의 답은 따로 밝히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즉답을 피한 채 인사권자가 판단을 미루는 모양새를 취한 것인데, 이는 여당의 요구를 사실상 수용하되 책임 소재만 흐리려는 전형적인 물타기 화법이다. 더 눈길을 끄는 대목은 김민석과 인요한의 개인적 관계다. 두 사람은 1985년 서울 미국문화원 점거농성 사건을 함께 겪으며 40년 가까이 친분을 쌓아온 사이로 알려져 있다. 흔히 말하는 “형님 아우” 관계조차 정치적 유불리 앞에서는 아무 소용이 없다는 사실을 이번 사태가 증명한다. 인사청문 절차를 다 통과한 인물의 임명을 여당 대표가 사석에서 뒤집으려 한 전례는 흔치 않다. 정상적인 국가라면 민간 구호기구인 적십자사 회장 인선은 정파를 초월해 다뤄야 할 사안이다. 국제적으로도 적십자운동은 정치적 중립을 최우선 가치로 삼는다. 국제적십자위원회가 전 세계 분쟁 지역에서 신뢰받는 이유도 어느 진영에도 기울지 않는다는 원칙 때문이다. 그런데 정작 국내에서는 그 수장 인선부터 여당 대표의 사적 개입으로 흔들리고 있으니, 국제 기준과 국내 정치 현실 사이의 괴리가 뚜렷하다. 여당 대표가 앞장서 제동을 걸었다는 사실 자체가, 이재명 정권 아래에서 인사개입이 얼마나 정치적 잣대로 좌우되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탄핵 표결 불참” 명분 뒤에 숨은 진짜 의도

여권이 내세운 반대 명분은 인요한이 2024년 12월 비상계엄 사태 당시 탄핵 표결에 적극 동참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겉으로는 정치적 책임을 묻는 것처럼 포장돼 있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전혀 다른 계산이 읽힌다. 인요한은 이미 국회 윤리 심사라는 공식 검증 절차를 통과한 인물이다. 그런데도 여당 대표가 사적 자리에서 재차 문제 삼았다는 것은, 공적 검증 시스템을 믿지 못해서가 아니라 정치색이 맞지 않는 인사를 걸러내겠다는 사찰에 가깝다. 구한말 당쟁이 인재 등용의 잣대를 실력이 아닌 당파로 왜곡시키면서 국력을 스스로 갉아먹었던 역사를 우리는 이미 한 번 겪었다. 정파를 가리지 않고 인재를 등용해야 나라가 산다는 교훈은 지금도 유효하다. 적십자사는 국제적십자운동의 7대 원칙에 따라 정치적 중립을 생명으로 삼는 민간 구호기구다. 그런 조직의 수장 인선까지 진영 논리로 재단하려 든다면, 다음 차례는 어느 민간기구가 될지 알 수 없다. 이재명이 즉답을 피한 것도 그냥 넘길 대목이 아니다. 여당 대표의 건의를 공개적으로 거절하기는 부담스럽고, 그렇다고 수용을 공식화하면 인사 개입 논란이 커질 것을 우려한 계산된 침묵으로 읽힌다. 겉으로는 신중한 검토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여당의 요구를 사실상 관철시키는 시간 끌기에 가깝다.

국민의힘이 지금 짚어야 할 것

국민의힘은 이 사안을 단순한 해프닝으로 흘려보내서는 안 된다. 먼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해 인요한의 국회 윤리 심사 통과 경위와 이후 여당 대표의 개입 정황을 공식 확인하고, 인사청문 절차의 실효성 자체를 문제 삼아야 한다. 공식 검증을 통과한 인사가 여당 대표의 사적 건의 한 번으로 흔들린다면, 앞으로 어떤 인선도 정치 보복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경고를 국민 앞에 명확히 던져야 한다. 둘째, 적십자사를 비롯한 민간 공익기구의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국회 차원에서 논의해야 한다. 인선 절차에 정치권의 개입 여지를 최소화하는 법적 보완이 필요하다. 셋째, 장동혁 대표를 중심으로 이번 사안을 여당의 편가르기 인사 실태를 알리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야당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심지어 공식 검증까지 통과한 인사조차 뒤집으려 드는 행태가 반복된다면, 그 피해는 결국 실력과 무관하게 배제되는 수많은 인재들에게 돌아간다. 보수 진영은 이 문제를 단순한 인사 논란이 아니라 이재명 정권의 통치 방식 전반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으로 규정하고 공세를 이어가야 한다.

결국 이번 사태가 보여주는 것은 40년 우정도 뛰어넘는 이재명 정권의 편가르기 인사 본능이다. 공식 검증을 다 통과한 인사조차 정치색이 맞지 않으면 언제든 뒤집힐 수 있다는 선례가 남는다면, 그 부메랑은 결국 모든 공직 인선의 신뢰를 갉아먹는다. 민간기구의 중립성마저 정파적으로 재단하려는 정권에게 국민이 물어야 할 것은 하나다. 과연 이런 정권에 나라의 인사 시스템을 계속 맡길 수 있는가. 답은 정권교체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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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 Peter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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