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8·17 전당대회 후보로 나선 송영길 후보가 경쟁자 정청래 후보를 향해 “붕어 아이큐”라고 표현한 데 대해 14일 공개 사과했다. 논란이 된 발언은 전날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나왔다. 송 후보는 정 후보가 6·3 지방선거 평가 과정에서 당정청 조율이 아니라 당청 조율이었다고 말을 바꿨다고 주장하며 “붕어 아이큐도 아니고 뻔한 거짓말을 왜 하는가”라고 쏘아붙였다. 송 후보는 이날 페이스북에 “표현이 거칠었다”며 “같은 당의 동지에게 쓸 말은 아니었다”고 사과했다.
막말과 사과, 같은 병의 두 증상
이번 소동이 보여주는 것은 단순한 말실수 하나가 아니다. 같은 당 대표 경선에 나온 두 후보가 투표를 며칠 앞두고 공개 라디오에서 서로에게 인신공격성 발언을 주고받는다는 것은, 이 경선이 국정 비전을 겨루는 자리가 아니라 누가 더 세게 상대를 몰아붙이는지를 겨루는 자리로 변질됐다는 뜻이다. 발단은 지난 6·3 지방선거 평가를 두고 오간 당정청 조율 방식에 대한 해석 차이였다. 정책적 사안을 두고 벌어진 이견이 순식간에 인신공격으로 비화한 과정 자체가, 지금 巨野 전당대회의 토론 수준을 압축해서 보여준다. 송 후보는 “명백한 거짓말 앞에서 감정이 격해졌다”고 해명했지만, 정책과 비전이 아니라 상대의 발언 진위를 놓고 감정 싸움을 벌이는 것 자체가 지금 巨野 전당대회의 수준을 보여준다.
견제 없는 정당, 싸움은 안에서 벌어진다
이런 현상이 유독 지금 민주당에서 두드러지는 데는 이유가 있다. 국회 200석을 훌쩍 넘는 巨野에게 외부의 실질적 견제는 이미 작동하지 않는다. 국민의힘이 아무리 문제를 지적해도 巨野는 표결로 밀어붙이면 그만인 구도가 반복되면서, 정작 당내 긴장과 갈등을 조율할 외부 압력이 사라진 것이다. 견제가 실종된 자리에는 결국 내부 총질이 그 자리를 대신 채운다. 지지층 결집을 위해 상대 후보를 더 세게 몰아붙이는 것이 득표 전략이 되고, 그 과정에서 막말은 자연스러운 부산물이 된다.
야당이 살아있는 정치 구조에서는 여당 내부의 노선 차이가 곧바로 외부 공격의 빌미가 되기 때문에, 당내 갈등도 어느 정도 절제된 형태로 관리된다. 그러나 지금처럼 巨野가 압도적 의석을 쥐고 있어 외부 견제가 사실상 무력화된 상황에서는, 당내 경쟁이 오히려 더 격해지는 역설이 발생한다. 밖에서 오는 위협이 없으니 안에서 서로를 향해 날을 세우는 것이다. 이번 송영길·정청래 설전은 그 역설을 압축해서 보여주는 장면이다.
이재명 정권 들어 巨野 내부에서 반복돼 온 팬덤정치·개딸식 정치문화도 이런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강성 지지층의 박수를 받기 위해 경쟁자를 더 거칠게 공격하는 후보가 유리해지는 구조에서는, 당권 경쟁이 통합이 아니라 분열의 무대로 흐르기 쉽다. 정청래 후보 역시 이번 논란에 “김민석이 시켰냐”는 식의 날 선 반응을 보이며 감정싸움에 가세한 것으로 전해진다.
정치는 결국 말로 신뢰를 쌓는 일이다. 그런데 지금 巨野 전당대회에서 오가는 말은 신뢰를 쌓기는커녕 서로의 흠을 어떻게든 부풀려 상대를 깎아내리는 데 집중돼 있다. 당권을 놓고 벌이는 경쟁이 격렬한 것 자체는 민주주의 정당 정치에서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그 격렬함이 정책 차이가 아니라 인신공격으로 표출된다면 이는 건강한 경쟁이 아니라 정당 문화의 퇴행이다. 이런 퇴행이 반복될수록 유권자들은 정치 전반에 대한 냉소만 키우게 된다.
국민이 지켜보는 건 사과가 아니라 실력이다
8월 17일 전당대회에서 누가 당권을 쥐든, 그 정당은 선거를 코앞에 두고 서로를 향해 막말을 주고받다 뒤늦게 사과한 정당이라는 인상을 남긴 채 새 지도부를 맞이하게 된다. 국민이 정당에 요구하는 것은 사과의 진정성이 아니라 애초에 그런 말이 나오지 않는 정치 문화다. 巨野가 국정을 책임 있게 이끌 자격을 증명하려면, 당내 경쟁조차 감정싸움이 아니라 정책과 비전으로 승부하는 모습을 먼저 보여줘야 한다.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이번 사태를 단순히 巨野의 자중지란으로 웃어넘길 일이 아니다. 견제 없는 압도적 의석이 정치 문화를 어떻게 망가뜨리는지를 보여주는 이번 사례는, 다음 총선에서 巨野의 일당독주 구도를 반드시 견제해야 한다는 명분으로 삼을 수 있는 구체적 장면이기도 하다. 국민의힘이 이 장면을 그저 상대 진영 조롱거리로 소비하는 데 그치지 않고, 견제받는 정치가 왜 필요한지를 설득하는 근거로 삼을 수 있다면 그 정치적 효용은 더 커질 것이다. 지금 같은 막말 공방이 반복된다면, 巨野의 일당독주에 대한 국민의 피로감은 더 빠르게 쌓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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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 Peter Ki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