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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투자 빨리 안하면 관세인상” 최후통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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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가 한국 정부의 대미 투자 이행이 늦어질 경우 관세를 추가로 인상할 수 있다는 취지의 압박을 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청와대는 지난 13일 관계부처가 참여하는 긴급회의를 열고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14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미 상무부는 지난해 10월 경주 한미 정상회담에서 마련된 ‘한미 조인트팩트시트’에 담긴 2000억달러 규모의 대미 전략투자가 10개월째 집행되지 않고 있다는 점에 강한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1500억달러 규모의 조선업 협력 투자는 이와 별도 사안이다. 청와대는 전날 산업통상 관계부처를 소집해 대응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이행 일정을 제시할지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새로운 요구가 아니라 이미 서명한 약속의 이행 문제

이번 압박에서 짚어야 할 핵심은, 미국이 뜬금없는 새 요구를 들이민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조인트팩트시트는 한국 정부가 직접 서명한 정상회담 합의문이다. 경주 정상회담에서 양국이 합의한 2000억달러 규모 전략투자는 이미 확정된 공약이었고, 그로부터 10개월이 지나도록 실질적 집행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 미국 측 불만의 핵심이다. 국제 관계에서 정상 간 합의문에 서명해 놓고 이행을 미루는 것은 단순한 행정 지연이 아니라 신뢰의 문제로 비화될 수 있다. 관세 인상 압박이라는 형태로 나타난 이번 최후통첩은, 미국이 한국의 이행 의지 자체를 의심하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읽어야 한다.

트럼프 행정부는 출범 이후 줄곧 동맹국과의 관계에서도 구두 약속보다 실질적 이행을 요구해 왔다. 관세를 지렛대로 삼아 상대국의 이행을 압박하는 방식은 이미 여러 국가를 상대로 반복돼 온 트럼프 행정부의 일관된 통상 전략이다. 이번 한국을 향한 최후통첩 역시 예외가 아니다. 문제는 이런 압박 방식 자체를 비난하기에 앞서, 왜 한국이 10개월 동안 2000억달러 규모의 약속을 실질적으로 집행하지 못했는지부터 짚어야 한다는 점이다. 합의문에 서명할 때는 국내적으로 성과를 강조했던 정부가, 정작 이행 단계에서는 뚜렷한 진전을 보여주지 못했다면 그 책임을 미국의 압박 방식으로 돌릴 수는 없다.

왜 하필 지금, 국내 정치 일정과 겹친 시점

공교롭게도 이번 압박은 이재명 정권이 개헌 논란과 여당 전당대회라는 국내 정치 현안에 온 신경을 쏟고 있는 시점에 터져 나왔다. 청와대가 골프 회동 발언 하나로 촉발된 개헌 논란 진화에 매달리고, 여당 지도부는 8월 17일 전당대회를 앞두고 계파 갈등에 여념이 없는 사이, 정작 국익에 직결되는 대미 투자 이행이라는 실무는 뒷전으로 밀려나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나온다. 국정 우선순위가 정치적 생존과 당권 경쟁에 쏠려 있는 동안, 동맹국과의 약속 이행이라는 국가적 신뢰 문제가 방치됐다면 이는 결코 가벼운 문제가 아니다.

한국갤럽 조사에서 이재명의 국정 지지율이 취임 후 최저치인 44퍼센트로 떨어지며 데드크로스가 나타난 시점과도 겹친다. 지지율 방어에 몰두해야 하는 정치적 압박이 커질수록, 당장 표로 연결되지 않는 대미 투자 실무 이행 같은 사안은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기 쉽다. 그러나 국제 신뢰는 국내 정치 일정을 봐가며 관리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동맹국이 이행을 압박하는 시점은 한국의 국내 사정과 무관하게 찾아온다.

긴급회의로 봉합될 문제가 아니다

청와대가 뒤늦게 긴급회의를 소집한 것은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했다는 방증이지만, 회의 한 번으로 10개월간 쌓인 이행 공백과 신뢰 손상이 회복되지는 않는다. 자유진영 동맹의 근간은 예측 가능성과 약속 이행에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한미 관계에서 일관되게 요구해 온 것은 구두 약속이 아니라 실질적 이행이었다. 이번 최후통첩을 계기로 정부는 국내 정치 일정에 밀려 미뤄둔 대미 투자 이행을 실질적으로 앞당기는 데 집중해야 한다. 조선업 협력 투자 1500억달러 역시 전략투자 2000억달러와 별개로 진행 상황을 명확히 점검하고 구체적 이행 일정을 재확인해야 한다. 관세라는 카드는 미국이 협상 테이블에서 반복적으로 활용해 온 압박 수단이며,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실질적 이행이 뒤따르지 않는 한 관세 인상 위협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동맹국의 신뢰를 다시 얻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잃는 것은 순식간이라는 점을 정부는 명심해야 할 것이다. 반중친미의 큰 방향에서 트럼프 행정부와의 신뢰 관계를 굳건히 다지는 것이야말로 안보와 경제 양면에서 한국의 국익에 부합하는 길이다. 개헌 논란이나 당권 경쟁 같은 국내 정치 소모전에 발목 잡혀 동맹국과의 약속을 등한시하는 일이 되풀이돼서는 안 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긴급회의 한 번이 아니라, 서명한 약속을 실제로 지켜내는 지속적인 실행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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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 Peter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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